아침 9시 예약을 위해 나름 부지런을 떨어 병원에 갔습니다. 결과를 보는데 며칠 시간이 걸린다고 하여 검사를 미리 받은 뒤 약 열흘 만의 일이었습니다. 물도 못 마시는 8시간 금식은 나름 힘들었습니다. 싸구려 피씨 스피커로 도무지 연주자를 짐작할 수 없는 클래식 연주를 낮은 음량으로 틀어 놓은 의사는 신중하게 검사를 보더니 조금씩 더 긍정적인 어투로 결과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만하면 일단 아주 급한 불은 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휴, 다행이다. 6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지난 이메일에서 사실 좀 지나치다 싶게 하소연한 것과 같은 이런저런 일들이 좀 많았습니다만, 사실 가장 시급한 사안은 건강에 켜진 적신호였습니다. 황신호-라고 하니까 좀 어색합니다만 적신호와 결을 맞추려니 어쩔 수 없네요-를 그럭저럭 관리하면서 살아왔는데 지난 여름부터 오랫동안 제 역할을 해왔었던 대책들이 갑자기 잘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원래 다니는 병원으로부터 경고 메시지를 받고 뭔가 또 관리를 더 한다고 난리를 치고... 하지만 상황이 더 나빠져서 결국 더 큰 병원으로 옮기는 등 지난 10년 동안 하지 않았던 조치를 취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 연달아 병원을 드나들고 병원비로 일곱 자리 숫자의 비용을 지출하고 나서야 더 이상의 악화는 일단 막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입니다. 이만하면 참으로 다행이다. 병원 근처 버스정류장에 늘 앉아 있는 할머니로부터 국산이라 주장하는 깐 도라지 한 바구니(5,000원)을 사며 생각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합니다만, 일단 여기에서 막았다는 것만은 상당히 고무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소 안녕하지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요 며칠 매우 좋은데 다들 어떻게 지내고 계셨는지요? 3월도 벌써 절반이 지났으니 이제 봄이라고 마음을 놓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생월인 3월을 평소보다 안녕하게 보내고자 이런저런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