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말 오랜만에 호도과자를 사먹었습니다. 유행의 끝물같다 생각되는 슈톨렌 호도과자 이야기를 들었더니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물론 저는 보통의 호두과자를 사먹었는데요, 오래된 먹을거리다 보니 원조 논쟁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저는 언제나 학화호도과자를 선택합니다.
네, 그 1980년대 분위기의 할머니 사진이 있는 바로 그 브랜드입니다. 사실 저는 사람의 사진이 들어가는 브랜딩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음식은... 어린 시절 저희 형은 길에서 사람 사진이 들어간 음식점 간판을 보면 늘 '영정사진 같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학화호도과자의 사진은 그런 것들 가운데서도 정말 영정 분위기가 좀 많이 나긴 합니다.
그래서 왜 꼭 이걸 골라서 먹어야 되느냐... 고 스스로에게 묻곤 하는데요. 아무래도 흰앙금 때문입니다. 온라인에서 학화호도과자를 주문하면 검은앙금과 흰앙금 둘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거든요. 찾아보면 검은앙금은 팥으로, 흰앙금은 강낭콩으로 만든다고 하던데 하여간 질감이 조금 다릅니다. 검은앙금에 비해 조금 묽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엄청나게 다른 건 아닙니다만 왠지 특별한 걸 먹는 것 같아서 검은앙금과 반반씩 주문합니다. 들은 바로는 학화호도과자의 매장 한 군데에서 원래 흰앙금 넣은 것을 팔았다고 합니다. 15개들이를 두 상자 주문하면 됩니다.
이제 온갖 먹을 것들이 다양하고 지역빵의 세계도 말도 안되는 지옥같은 풍경을 놀랍게도 무사히 빠져나와 다채롭게 정착한 요즘, 천안에서 나오는 호도과자에 나름의 애착을 품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많이 탄 장항선 덕분입니다. 친가와 외가가 전부 충남 어디 한 동네에 있어서 늘 장항선을 타고 갔는데요, 기억이 맞다면 평택 쯤에서 판매원들이 어깨에 상자를 짊어지고 등장했습니다.
흰 습자지에 한 개씩 싸서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에 담은 호도과자가 참으로 먹고 싶었습니다만... 늘 말하는 것처럼 저희 집은 그런 면에서 엄격해서 부모님이 사주신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천안을 지나 조치원정도쯤에서 사라지는 판매원들을 늘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죠. 다행스럽게도 같은 노선을 타고 내려오는 큰이모네가 사올 때가 있어서 호도과자를 먹긴 먹었고요.
하여간 그런 추억이 있어서 여전히 호도과자를 꽤 좋아합니다. 음식비평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것이 호두의 모양을 따라는 가면서도 동시에 과육을 눈과 이와 혀로 느낄 수 있게 더한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저같으면 모양도 호도겠다 그냥 가루로 섞어 맛을 골고루 분포시킬 것 같거든요.
오늘은 저 먼 옛날 너바나의 아류라고도 욕을 (억울하게) 먹은 부시의 대표곡을 놓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