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1993년, 고3 이후로 처음이니 33년 만의 일입니다. 사실 저는 일기 쓰는 걸 매우 싫어합니다. 초등학교, 특히 6학년 때는 사춘기 초기이기도 했지만 좋은 교육자라고 볼 수 없는 담임이 일기를 검사하는 게 매우 싫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쓰지 않았고 고등학교 때는 당시 고등학생들이 좋아했던 아트박스의 연간 다이어리에 간단하게 뭔가 썼는데 늘 부모님이 볼 거라는 두려움이 있어서 역시 싫었습니다. 책상 메인 서랍에 넣고 열쇠를 잠가 두었는데요, 그렇게 잠가둔다는 사실 자체를 부모님은 매우 못마땅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개인사가 있는 가운데 이제 단기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기도 하고 그래도 뭔가 끄적거려 놓으면 쓸모가 있겠지 싶어 그냥 모니터 옆에 두는 메모용 잡공책에 간단히 기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손글씨를 그것도 맨날 모셔만 두는 오래된 만년필로 조금이라도 쓰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이것도 처음 며칠은 꽤 어색했는데 계속 쓰니까 좀 편해지네요.
한편 작년 말부터 갑자기 구몬 일어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꼭 일본어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글쓰기 프로젝트에 좀 써먹고 싶어서 이리저리 가입용 전화를 돌리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재개했습니다. 안 하는 것보다 낫네요.
오늘은 뮤직 비디오 말고 좀 전에 막 본 요리 관련 영상을 딸려 보냅니다. 중국 요리에 해박한 세인트캐비시(St. Cavish)의 수제 웍 제작 현장 영상입니다. 그는 기억이 맞다면 요리사였다가 중국 요리에 빠져들면서 오래 머무는 한편 중국어를 익혀 책까지 써 낼 정도의 전문가입니다. 내용도 좋지만 파트너가 연출하고 편집하는 영상도 프로의 솜씨라 보는 맛이 상당합니다. 깊이도 재미도 있는데 특히 중국에서 일하는 이탈리아인 요리사들과 함께 중국의 면을 맛보고 파스타를 만들면서 문화 교류도 하는 에피소드가 가장 좋습니다.
영상을 보고 웍을 하나 사고 싶다 생각이 들어서 찾아보니 국내에도 중국 수제 웍을 직구 형식으로 판매하는 곳이 있네요. 뚜껑까지 8만원이면 나쁘지 않다고 보니 참고하시고요. 이것저것 블로그에도 글을 올리고 있으니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