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채 열흘도 남지 않았습니다. 대체로 이쯤 되면 습도는 못 이기는 척 사라져 줘서 기온이 높아도 조금 숨통이 트이기 마련인데요, 이번 여름은 아량이 없네요. 7월 2일인가 카페에서 커피를 받으면서 (안면이 있는) 직원에게 "지금부터 이렇게 더워서 올 여름 어떻게 버틸까요?"라고 한탄했는데 매우 적절한 멘트였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여름의 끝을 앞두고 천도복숭아가 분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올 여름 채소와 과일은 저에게 엉망이었습니다. 부푼 마음으로 노각을 샀다가 써서 먹지 못하고 버리기도 했고요, 복숭아와 자두는 대체로 맹탕이었습니다. 저의 마지막 희망인 천도복숭아마저 그래서 매우 슬펐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인가,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천도복숭아가 확실히 더 시고 더 달아졌습니다. 제가 언제나 좋아했던 여름의 표정을 이제서야 지어주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저녁 침대에 누워서 음악을 들으며 제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말했습니다. '얘,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끝물까지 천도복숭아가 조금만 더 분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3월부터 시작한 공모전 응모의 행렬을 7월 말 마치고는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분명히 그대로 쭉 가도 좋을 것 같았지만 막상 그래보면 아니라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약간 억지로 한가하게 지냈습니다. 그냥 있는 마감들을 쳐내고, 뜨개를 하면서 말이죠. 광복절 연휴까지 그렇게 보냈습니다.
당분간은 겨울의 공모전과 올해 말까지 마무리지어야 하는 다음 책의 원고 준비, 그리고 평소의 마감을 하면서 지낼 계획입니다. 보통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한꺼번에 손대면 능률이 떨어지는데 그래도 상반기 동안 단련이 되어서 괜찮지 않을까 낙관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시 영상(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상태가 되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