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쿠폰을 받자마자 안경을 새로 맞췄습니다. 요즘 같은 더위에 남대문까지 나갈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아서 늘 지나다니는 연희동 길거리의 한 곳에 갔습니다. 누군가가 좋은 경험을 했다고 그래서 간 건데 차분한 안경사가 다른 안경점에서 왠지 못 본 듯한 기기들로 검사를 해주는 느낌이 나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또 그 검사들의 결과는 그렇게 좋지 않아서... 제가 한때는 색약과 난시가 있어도 시력만은 2.0을 찍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0.4~0.5 정도일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슬펐습니다. 그래 이것이 본격적인 노화구나. 삼 년 전인가 안과에서 노안 판정을 받고 참 만감이 교차했는데 이제 시력이 거기에서 더 나빠진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가지고 있는 두 안경을 하나로 합쳤습니다. 뜨개할 때 쓰는 노안용 안경과 컴퓨터 화면을 볼 때 쓰는 난시용 안경을 합쳤달까요. 지금 쓰고서 뜨개도 하고 컴퓨터도 쓰는데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아마 시력은 여기에서 더 나빠지겠죠. 기력 같은 것까지 입에 담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내리막길이 확실한 인생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덜 낙심하면서 살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사실 그냥 '매일 하루씩 살자, 오늘 하루 작은 행복을 발판 삼아서 넘기고 또 내일은 내일의 작은 행복을 찾아서 살자' 이런 생각으로 살고 있긴 한데요, 그러면서도 이젠 끝을 슬슬 의식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슬픈 생각이 엄습해오려는 기운을 느낍니다. 뭐 일단은 뜨개와 고양이가 기본으로 있고 요즘은 취향에 맞는 미드를 발견해서 매우 행복합니다. 일단 여름이라도 잘 넘겨보죠 뭐. 제가 한 이십 년 전에 혼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때 즐겨 들었던 노래를 딸려 보냅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물도 많이 드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