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맥도날드에서 맥윙 8쪽을 사왔습니다. 12,900원. 어째 좀 비싸다는 느낌인데 닭을 한 마리씩 먹고 싶지는 않을 때 치르는 돈이라 생각하죠. 하여간 '갓 튀겨서 뜨겁다'는 말을 듣고 집에 돌아와 포장을 뜯어 한 김 식히는 사이에 몇 자 적어봅니다.
정확하게 한 달 만의 뉴스레터입니다. 저도 이렇게 안 쓸 줄은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또 아버지 사후 정리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쓸 것 같아서 참고 있었습니다. 구독을 안 하면 읽을 수 없게 설정된, 즉 비공개인 이 뉴스레터는 제가 불특정 다수에게 쓰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맨날 궁상맞은 이야기만 쓸 수는 없지요.
어쨌든 그 지난한 사후 정리를 6월을 사흘인가 남기고 마쳤습니다. 가볍게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렇다고 또 뭔가 엄청나게 남아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설마했는데 정말 국가에서 정하는 시한 6개월이 꼬박 걸렸네요. 저는 일종의 가족 대표 같은 것의 역할을 자임해서 형과 고모 셋(과 숨어 있는 삼촌 한 명), 변호사와 법무사와 세무사, 그리고 아버지와 재혼한 아주머니와 소통하고 존재하지는지도 몰랐던 각종 서류를 떼고 열 군데 쯤 되는 은행을 다니고 등등의 일들을 했습니다. 그동안 원래 쓰는 글과 공모전 준비(이건 끝나고 자세히 이야기하지요), 그리고 이것까지 전부 세 가지의 풀타임 일을 하는 것 같은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를 이제 내려 놓기는 했습니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소위 'sense of closure' 같은 감정은 들지 않네요. 왜 그런가... 그 이유를 이야기하지 않기 위해 한 달 동안 뉴스레터를 쓰지 않았으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요즘 가지가 매우 맛있습니다. 씨가 거의 없고 쓴맛도 없고요. 얼마 전 백화점에서 우연히 일본 가지 볶음 양념을 발견했는데 너무 좋습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1센티미터로 썬 가지를 3분쯤 볶다가 양념을 끼얹어 1분간 뒤적거리고 불을 끄면 됩니다. 완전히 식혀 먹어도 맛있습니다.
2. 저 가지양념 판매 업체인 매크로통상의 스마트스토어에는 온갖 괜찮은 과자와 사탕 등등의 먹을거리가 있습니다. 오늘 같은 금요일 저녁, 조금 무료하다 싶을 때 쭉 둘러보시면 좋습니다. 여기서 파는 것 가운데 저는 독일의 라이프니츠 크래커를 좋아합니다.
3. 한참 농심의 메론킥에 미쳐 있었습니다. 상자로 사서 마구 먹다가 이러면 당연히 안되는 거니까 간신히 멈췄습니다. 메론킥과 바나나킥을 한 봉지씩 사셔서 바나나킥 봉지에 같이 담아 섞어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 왜 바나나킥 봉지냐면... 더 크기 때문입니다.
4. 동아일보에 5월 말부터 격주 금요일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새 일거리가 생긴 것도 호재지만 어느 정도의 비평적 시선을 담을 수 있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엔 2천억에 팔린 '런베뮤'의 베이글 이야기를 썼습니다.
5. 정말 오래만에 진득하게 앉아서 볼 수 있는 미드, 아니 영상물을 찾았습니다. '오자크'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더 루키'라고 네이선 필리온 주연의 경찰물입니다. 모든 게 적당해서 좋습니다. 필리온은 2005년 아무 생각 없이 극장에서 보았던 '세네리티'를 통해 알게 된 배우인데 역시 모든 게 적당해서 좋습니다. '세레니티'는 이제 컬트가 된 2002년의 우주-웨스턴 미드 '파이어플라이'의 영화판입니다. 조스 웨던이 감독했죠.
오늘은 좀 과격한(?) 음악을 보내드립니다. 데프헤븐은 이름만 알고 열심히 듣지는 않은 밴드인데 신작의 공연을 보고 바로 빠져들었습니다. 제가 요즘 이렇게 마음 속으로 좀 절규하고 싶은 상태다 보니 더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새 앨범을 들으면서 뭔가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저는 무엇을 써야 할까요.
비가 좀 심난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조금 덜 심난하시기를 바랍니다. 또 금방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