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에 걸친 글쓰기 수업의 세 번째 시간을 들었는데 저의 정체가 탄로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뭐 대단해서 탄로가 날 정체씩이나 가졌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크게 보아 업계 종사자라는 걸 선생님이 알게 되면 부담스럽고 저도 부담스럽고 해서 굳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수업하는 장소에 놀러온 선생님의 친구가 예전에 같이 일했던 출판사 직원이더라고요. 그래서 탄로가 났고 잠깐 민망했습니다. 다음 주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정식으로 소개를 드리려고 했는데 말이죠. 선생님도 아주 모르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사실 글쓰기 업력 16년차인데 수업은 처음 들어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제 저에게 저의 분야 안에서 어려운 글쓰기란 건 거의 없고 효율도 엄청 좋습니다만, 바로 그것이 저는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고이면 썩으니까요. 그런 고민을 작년 후반기부터 하다가 어느 날 밤 우연히 광고를 보아서 충동적으로 등록을 했습니다.
그렇게 드는 수업은 4주짜리 짧은 워크숍이지만 정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냥 수업 자체를 듣는 게 20년 전의 대학원 시절 생각도 나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선생님이 참 좋습니다. 그 말로만 들어왔던 합평이라는 걸 하는데 지적이 참 세세하면서도 적확해서 오랫동안 해왔던 제 취미용 글쓰기에 대해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답답함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 것도 참 좋네요.
저는 어제부로 쉰 살이 되었습니다. 블로그에 소회를 쓰기도 했습니다만 참 당혹스럽습니다. 한마디로 갑자기 노화와 죽음에 휙, 가까이 다가선 기분입니다. 그래서 어제오늘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마음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고양이를 쓰다듬어도 풀리지 않는 마음 속 응어리를 느끼고 있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매우 더운 봄일 거라는 이야기를 들어와서 그런지 살짝 반갑기도 하네요. 모두 감기 조심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