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제목은 농담입니다. 글의 요정 같은 게 있을리 만무하지요.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입니다. 하여간 글을 마음 먹은 만큼 쓸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은 맞습니다. 홈페이지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저는 한참 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냥 뭉뚱그려 말하자면 글을 쓸 에너지가 없었습니다. 글을 쓸 상태가 아니었다고 해도 되겠네요.
물론 이건 저에게 굉장히 좋지 않은 징후입니다. 이십 여년 전 블로그에 잡글을 쓰는 걸로 시작해 글쓰기가 직업이 되어 버린 사람이 돈 받는 글 밖에 쓰지 않는다? 운동을 매일 못하면 몸이 근질거려 참을 수 없는 사람이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손발이 묶인 상황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그게 적어도 2-3년은 된 것 같네요. 짧은 세월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그냥 많은 일이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제가 원하는 만큼 자주 쓰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엄청나게 엄청난 글을 쓴다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냥 쓰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생각은 언제나 하고 있으니 그것들 가운데 하나를 잡아서 글로 구현하고 발행까지 하는 것은 저에게 매우 중요한 루틴입니다.
한마디로 이걸 해야 사람이 사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이제 좀 사는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약간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자칫 잘못 발걸음을 내디디면 쑥 빠질 수도 있습니다. 또 블로그에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저 인간이 어딘가 빠져버렸군 생각하셔도 되겠습니다.
물론 물 밑에서도 숨은 쉴 수 있으니 안심하시고요.
사실은 블로그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뭐 지난 몇십 년 동안 있어왔던 그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완전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려고 따로 만든 것입니다. 이제는 둘이 분리되어야 맞는 것 같습니다.
그냥 이렇게 봄이 와버린 것 같습니다. 왠지 좀 안심이 되네요. 다들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