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요즘에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서 넋을 놓고 있다가 그래도 일상을 살아야지, 나의 일상은 글쓰기이니 글을 써야지 라고 생각하고 시체처럼 누워 있다가 몸을 일으켰습니다. 올해 마지막으로 쓰는 글이 되겠네요.
돌아보면 실로 엄청난 한 해였습니다. 12월이 되자마자 몰아닥친, 어이없는 계엄과 그 후폭풍 및 제주항공 참사(세상 떠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를 빼놓더라도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해였습니다.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으며 일도 예년보다는 조금 많이 맡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여러 계기로 타인과 나 사이의 관계에 대해 본질적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우당탕탕 엉망진창이 될 잠재력이 높은 해였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뜨개라는 불도저를 찾아 그 모든 번거로움과 복잡함과 눈치없음과 버거움 등등의 장애물을 그냥 밀어 붙여 의식 속에 큰 신작로를 내며 오늘, 그러니까 2024년의 마지막날까지 왔습니다. 그렇게 40대를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이야기는 간략하게나마 할 수 있지만 여러분들의 안부를 물을 엄두는 차마 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 어이없게도 엄중한 시국 탓입니다. 다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12월 3일 이후로 상당히 좋았던 흐름이 깨지면서 밥을 제대로 해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더라도 있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뉴스레터 구독을 끊지 말아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어디에서 어떻게 계시든, 또한 이 빌어먹을 시국과 참사의 소식 속에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시든, 어쨌든 있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영역에서, 각자의 일상 속에서 말이죠.
올 한해 동안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또 있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최대한 있어보려 노력하겠습니다. 감히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씀도 드려봅니다. 제가 힘들 때마다 듣는 노래를 딸려 보냅니다. 제 작은 위로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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