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로스앤젤리스 올림픽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올림픽은 이전, 즉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더불어 반쪽짜리였습니다. 냉전체제에서 친미-친소비에트 연방 진영이 각자 불참해 그런 형국이 되었습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는 제가 1살이었으니 기억할리 없겠죠. 그렇게 1984년은 제게 최초의 올림픽이었습니다.
이것저것 기억이 납니다. 개막식, 특히 하늘에서 내려오는 '우주인'이랄지, 올림픽 오륜마크에 불이 붙는 성화의 콜리시움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올림픽 개막 후 찾아보니 1984년 올림픽은 돈을 최대한 안 쓴 대회였다고 합니다. 당시 올림픽 유치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가운데 여차저차해서 로스앤젤리스가 개최권을 가져갔는데요, 대학 기숙사를 숙소로 쓰는 등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대회를 치르는 게 목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로스앤젤리스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자 다시 올림픽 유치의 인기가 치솟았고, 그탓에 많은 비용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후 버려지다시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2016년 리우의 경우야 잘 알고 있었는데 2008년 베이징의 경우도 주경기장의 규모가 너무 커서(10만명 수용) 쓸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합니다. 헤르초그 앤 드 모이롱의 설계가 그렇게 버려진 모양입니다. 이제는 다시 올림픽 유치가 인기 없는 사이클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올림픽이 한창 벌어졌던 1984년 여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족 피서를 갔습니다. 원래는 주문진 해수욕장에 갈 계획이었는데, 현지에 도착해서는 바로 근처에 있는 소돌해변이 더 조용하고 좋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말 그대로 소돌 해수욕장은 정말 조용하고 깨끗한 바다였고, 가족은 얕은 바다의 모래에서 조개를 파내고 가끔 등장하는 장사꾼으로부터 망개떡을 사먹으며 며칠 즐겁게 놀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민박집의 텔레비전인지 라디오에서는 올림픽 중계가 계속 나와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시작한 가족 피서는 설악산에 접어들며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길을 잃고 해맸으며 폭우가 쏟아졌고 간신히 표를 구한 "고속"버스는 강릉에서 서울까지 여섯 시간이 걸리는 굼벵이였습니다. 그때 아마 버스가 수원을 지나치기는 했지만 내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내려왔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은 인간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가족 피서를 간 기억은... 제가 알기로 없습니다.
한편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선수들의 휴먼 스토리를 담은 위인전 비슷한 책들이 출간됐으니, 이걸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게 국어과의 방학 숙제였습니다. 과연 요즘의 학생들도 그런 숙제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경기를 실황으로는 하나도 보지 않았지만 이번 올림픽은 지난 대회보다도 더 흥미롭습니다. 도쿄 대회에서도 얼핏 느끼기는 했지만 이제 정말 자식뻘인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는 건 저 먼 1984년 형, 누나, 삼촌뻘의 선수들의 활약을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가족도 아니니 대견스럽다 기특하다 할 건 아니지만 왠지 더 즐거운 것만은 사실입니다.
한편 이들이 성적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거나, 국가 대표라는 멍에에 (적어도 표면적으로라도) 너무 짓눌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참 좋습니다. 중계에서도 '은 열 개가 금 하나만 못하다'라는 말을 서슴치 않고 했었던 시절, 선수들은 은메달만 따도 죄인이라도 된 양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라는 말을 하며 좌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연신 숙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선수들은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을 확 받습니다. 어떤 성적을 내더라도 기뻐하고 또 실체도 솔직히 없는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이런 이야기를 잘 안하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사회가 상당 부분 개인화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보통의 성과가 아닙니다. 올림픽에서 동메달이라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잘한다는 의미인데요,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학창시절 공부를 못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슨 영재 수준도 아니었고, 최고의 성적이 국어 논술 모의고사 전국 4등에 불과한 저로서는 저들의 활약에 그저 경외심을 품을 뿐입니다.
오늘은 음악 대신 강아지 그루밍 영상을 딸려 보냅니다. 추천 영상을 무심코 보았는데 동물(주로 개와 고양이지만 오리도 출연합니다)의 그루밍 세계라는 것이 이렇구나 싶어 한참을 넋놓고 보았습니다. 고양이와 같이 살지만 일년에 한두 번 목욕시키는 정도인지라 참으로 신기한 세계입니다.
본의든 아니든 악질인 여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들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요즘 코로나가 재창궐하고 있다고 하니 공공장소에서는 덥고 불편하더라도 마스크 착용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