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했습니다. 7월 내내 일이 좀 많았습니다. 바쁨의 양태는 상당히 다양합니다. 큰 덩어리의 일을 조금씩 깎아내느라 바쁠 수도 있고, 자잘한 조약돌 같은 일들을 한데 모아 옮겨 버리느라 바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은 후자에 뭉친 중간 덩어리의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빴습니다.
그 중간 덩어리의 일이라는 건 서울 어느 도서관의 강연이었는데요, 이처럼 일자와 시간을 엄수하면서 사람 앞에 나서야 하는 일에 저는 조금 쓸데 없이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름 전직 학원 강사이기도 해서 못할 거라 걱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벌어져 시간에 맞추지 못하는 생각을 자꾸 하는 게 문제입니다. 말도 안되게 차가 막힌다거나 다친다거나 해서 강연을 펑크내는 상황 같은 걸 쓸데없이 생각하는 것이죠. 물론 그런 불상사 없이 2주 연강을 잘 마무리 지었습니다.
저는 원래 전시 등에 굉장히 어두운 사람입니다만,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타카하타 이사오전에 다녀왔습니다. 카페에서 우연히 어떤 사람이 예쁜 티셔츠를 입은 걸 보아서 쓰인 문구를 검색해 보았더니 전시회 굿즈였습니다. 그래서 전시회 소식을 알게 되었죠.
어린 시절 정말 즐겁게 보았던 '빨강머리 앤'이나 '알프스 소녀 하이디' 같은 만화의 제작 자료를 볼 수 있어 매우 좋았습니다. 원화나 이런 것들도 좋지만 그보다 전체 스태프와 소통하기 위한 콘티 같은 시각 자료들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각적이고 스케치와 도식 등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건축에서 소통하는 방식과 비슷해서 더더욱 흥미로왔고, 결국 그런 자료들이 정리된 도록까지 사가지고 왔습니다. 8월 3일(토)까지, 일주일 남았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의 관람을 권합니다.
정말이지 매우 더운 나날들입니다. 오늘이 올해 가운데 가장 괴롭게 더운 날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는데요, 저는 이런 날들을 뜨개를 불도저 삼아 밀어 붙인다는 기분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 '뜨개라는 불도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