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매직'이라고 넋을 놓고 좋아했던 게 머쓱할 만큼 상당한 더위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9월 20일까지는 꽤 덥겠죠? 저는 다음 주, 그러니까 9월로 넘어가면 강원도에 당일치기나 1박으로 바다나 보고 올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유난히 가고 싶기도 하고 너무 운전을 하지 않아서 자동차 배터리도 늘 간당간당한 상태인지라 마음껏 달려주고 싶네요. 그럼 이 더위 동안 먹은 것들 이야기 좀 해볼까요?
1. 롯데리아 빙수: 빙수를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맛집을 열심히 찾아가서 먹지는 않습니다. 자주 먹지 않을 뿐더러 빙수라는 음식은 더위에 그렇게 찾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를 흐리는 거라 보고 있기도 합니다(물론 논리적이진 않습니다). 그래서 그저 집 근처에 뭔가 있으면 그걸 가끔 먹는데 올 여름엔 롯데리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엄청 맛있다고 말하긴 어렵고 6,1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빙수 먹고 싶은 욕구를 기계 및 기능적으로 충족시켜 줍니다. 한 번 먹으면 2주일 정도 가고요, 팥빙수와 말차빙수 두 종류가 있습니다.
2. 복숭아와 그릭 요거트: 올 여름엔 이상하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천도복숭아와 자두가 비싼 느낌입니다. 천도복숭아가 개당 2천원 수준인데 이러면 예년의 두 배 수준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차피 비싼 복숭아 쪽으로 손이 더 많이 갑니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그릭 요거트와 같이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복숭아는 최근 온브릭스에서 산 게 괜찮았고 그릭 요거트는 일동 후디스에서 만든 피코크 PB 제품을 좋아합니다. 탈지분유나 유단백 분말 같은 걸 안 쓴 걸로 고르세요.
3. 숙주나물 볶음: 어린 시절, 숙주는 이해할 수 없는 식재료였습니다. 어머니는 보통 삶아서 무쳐 주셨는데 이게 막 만들어도 그다지 맛있지 않지만 다음 날 도시락 반찬으로 먹으면 꽤 적극적으로 맛이 없었거든요. 심지어 저희 집은 만두에도 숙주를 삶아 넣었는데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가운데 미국에서 고기가 국수보다 많은 베트남 쌀국수(포)를 먹으면서 숙주를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오래 익히지 않는 게 관건인데 올 여름엔 주로 볶아서 먹었습니다. 팬을 중불에 적당히 달궈 기름을 두르고 숙주 한 봉지를 다 쏟아 올립니다. 그리고 최대한 넓게 펴서 뒤적이지 않고 한참을 그대로 둡니다. 그걸 몇 차례 되풀이하다가 소금, 간장, 마늘, 파 등으로 맛을 내서 먹으면 됩니다.
그렇게 먹는 가운데 저는 중국 식초가 숙주 볶음에 꽤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흑식초가 단맛과 신맛을 한번에 채워줘서 좋더라고요. 제가 그동안 먹은 건 찹쌀로 빚은 진강향초인데요, 수수로 빚은 산시 지방의 라오천추도 있습니다. 최근 후자도 사왔는데 먹어보고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흑식초는 만두를 찍어 먹는 소스로도 좋습니다.
4. 옥수수: 여름에 옥수수 안 먹는 사람 있나 싶겠지만 올해는 정말 엄청 많이 먹었습니다. 마트에서 매일 세 개씩 사다가 삶아 먹다가 감질나서 인터넷으로 열 개씩 주문해 먹고 있습니다. 지금도 좀 전에 택배로 받은 옥수수를 열심히 삶고 있습니다. 요리에도 두루 쓸 수 있는 노란 스위트콘이 사라진 건 참으로 아쉽지만(이에 대해서는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삶아 먹기만 하는 거라면 찰옥수수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초당은 여름 초입에 철이 끝났고요. 그냥 삶으면 조금 심심해서 물에 소금을 잔뜩 넣습니다. 알곡 자체엔 거의 간이 배지 않지만 대가 짭짤해져서 빨아먹는 맛이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이 삶아서 지퍼백에 담아 냉동시킨 뒤 전자레인지에 3분 돌리면 갓 삶은 것과 비슷해집니다.
5. 스지탕: 도가니탕이라고 파는 음식의 건더기 상당 비율이 스지, 즉 소 힘줄인 건 알고 계시죠? 도가니는 익히면 더 흐물흐물해집니다. 그런데 스지 자체도 나쁘지 않아서 마트에서 할인하면 사다가 압력솥에서 마늘, 파와 함께 한 시간 정도 푹 끓입니다. 국물보다 건더기를 먹으려는 거라서 물을 많이 넣지는 않는 게 포인트입니다. 그러고 보니 잘 익은 건더기는 중국 흑식초에 찍어 먹으면 맛있겠네요.
6. 통밀 50% 식빵: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이스크림을, 2주에 한 번 정도 식빵을 굽고 있습니다. 제가 굽는 식빵은 통밀을 50% 쓴 것인데요, 이정도 비율이 흰밀가루 식빵처럼 간편하게 만들어 먹기 딱 적당합니다. 그보다 통밀 비율이 높아지만 자연 발효종을 써야 하고 결과물도 썩 맛있지는 않고요. 베이킹을 한참 하지 않아서 감이 완전 죽어 있었던지라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그래도 꽤 먹을만 한 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 밖의 소식:
3. 최근 한식진흥원의 평양냉면 관련 세미나에서 발표했습니다. 저는 직함이 없는 사람이라 이런 자리에 잘 안 부르다는 걸 알고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참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