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문턱에서 그럴싸한 토마토를 발견했습니다. 일단 꼭지 주변이 각진 것으로 보아 동양종이니 껍질이 얇았고 보통의 토마토보다 더 익혀 딴 티가 났습니다. 개당 1천원이 조금 넘는 가격, 사서 소중히 안고 집에 돌아와 맛을 보니 역시 제 판단이 맞았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익은 동양종 토마토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요리에 써도 훌륭합니다. 마침 이 계절에 나오는 깍지째 먹는 완두콩이 있기에 올리브기름에 볶다가 대강 썬 토마토를 더해 소스를 만듭니다. 그리고 2분이면 익는 카펠리니를 삶아 건져 소금과 올리브기름을 넉넉히 더하고 한데 버무립니다. 그야말로 초여름의 맛, 토마토는 썰어 면이 따뜻할때 같이 버무리기만 해도 좋습니다. 두 끼 먹을 분량을 만들어 절반은 따뜻하게, 나머지는 냉장고에 두어 차갑게 먹습니다. 맛의 비밀은 적당히 더해주는 연두입니다.
생각만 해도 한숨 나오는 여름이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왔습니다만 온갖 식재료 덕분에 잠시 낙관적입니다. 파프리카도 싸고 매우 잘 생겼고 단맛이 부쩍 올라왔습니다. 오이는 기온이 올라가 쓴맛이 나기 전에 발효 피클을 만들면 좋습니다. 뜨거운 소금물을 부으면 아삭함이 유지돼 김치보다 더 오래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아직은 하우스산만 나오고 있지만 6월이 절반쯤 지나면 살구가 잠깐 등장할 테니 놓치지 마세요. 과육이 부드러워지면 씨가 저절로 떨어져 흔들면 소리가 납니다. 이때 드시면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매우 좋습니다.
깍지가 있든 없든 모든 완두콩이 분발하고 있는데 햄 또는 소시지와 같이 볶으면 매우 맛있습니다. 고전적인 맛의 조합이죠. 이제 한국에만 남은 과일 참외도 완전히 제맛을 내고 있습니다. 곧 계절의 희망 천도복숭아도 찾아올 것입니다. 여름은 사람에 따라 즐겁지 않은 계절일 수도 있지만 의지할 것들도 그만큼 많습니다. 저는 잘 안 먹습니다만 초당옥수수도 진열대에 합류했습니다. 개당 2680원이라 아직은 좀 비싼 것 같긴 합니다. 매우 바쁜 가운데 냉장고가 죽어가서 마음 졸이며 5월의 막바지를 보냈습니다.